"혹시 우리 집도 찍혔을까"
집에 혼자 두고 온 아이, 반려동물이 잘 있는지 확인하려고 설치한 홈캠(IP카메라)이 성착취물 사이트의 ‘콘텐츠 원본’이었다는 사실,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습니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가정집과 사업장 등에 설치된 IP카메라 약 12만대를 해킹해 영상을 탈취·편집한 뒤 해외 불법 사이트에 판매한 20~30대 남성 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만든 성착취물은 수백 개에 달하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챙겼다고 합니다.
거실, 침실, 아이 방, 심지어 산부인과 분만실·왁싱숍 같은 민감한 공간까지
우리 일상의 장면이 고스란히 범죄의 재료가 된 사건입니다.
'1234, 0000' 쉬운 비밀번호를 노린 해킹
이번 사건에서 특히 분노를 샀던 대목은 해커들이 ‘비밀번호가 단순한 카메라만 골라 노렸다’는 부분입니다. 1234, 0000 처럼 쉽게 추측 가능한 비밀번호를 사용한 기기를 집중적으로 해킹했다고 하죠.
법이 보는 홈캠 해킹
이번 사건은 여러 범죄가 얽혀있는 사건입니다.
첫째,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입니다.
허락 없이 IP카메라에 접속해 영상을 빼내는 행위는 정보통신망 침입, 영상 탈취에 해당하며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둘째,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입니다.
해커들은 피해자의 나체나 은밀한 모습을 골라 편집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해외 사이트에 판매했는데요.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불법촬영물(또는 그 편집물) 제작·배포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셋째,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영상 속에 미성년자가 포함된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추가로 적용되며
형량은 더욱 가중됩니다.
'접속 차단'만으로는 지워지지 않는 디지털 흔적
디지털 성범죄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죠. 한 번 유출된 영상은 완전히 회수되기 어렵고, 주소를 바꾸고, 이름을 바꾸고, 암호화 네트워크 속으로 숨어들며 오래토록, 끈질기게 피해자를 따라다닌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의 대응도 “범인을 잡는 것”에서 끝날 수 없습니다. 영상 삭제 요청과 추적, 2차·3차 유포 차단, 피해자에 대한 지원 및 보상까지 고려하여 이루어 져야겠지요.
독거 어르신의 낙상 사고, 맞벌이 부부의 아이 돌봄, 1인 가구 여성의 안전 문제 등 우리 사회는 이미 카메라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변해왔습니다. 위험을 피하려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고 설치한 카메라인데, 그 카메라가 되려 또 다른 위험이 되어 돌아온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이 사람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드는 지점이 아닐까요.
가해자들에게는 마땅한 책임과 처벌이, 피해자에게는 끝까지 책임 있게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회복이 보장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