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영 치매 노인 성추행 사건 26.09.09

2025년 5월, 경남 통영에서 70대 남성이 같은 마을에 살던 80대 치매 노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피해자의 자녀가 집에 설치한 홈캠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이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이유로 징역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연인 관계라는 비겁한 변명


피고인은 법정에서 피해자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였으며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관계의 유무가 아니라, 범행 당시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입니다. 치매를 앓고 있던 피해자는 상황을 인식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였습니다. 또한 연인 관계임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는 물론, 이를 확인해 줄 마을 주민들의 진술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주장은 피해자의 치매를 이용한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홈캠이 지켜낸 진실


이번 사건을 밝혀낼 수 있었던 이유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아닌, 홈캠이었습니다. 자녀가 부모의 안전과 안부를 위해 설치한 카메라가 아니었다면, 피고인의 거짓말은 그대로 인용되어 진실을 밝히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설령, 고령의 치매 피해자가 증언할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기억 왜곡을 문제 삼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홈캠은 단순한 장비를 넘어, 말할 수 없는 피해자를 대신해 진실을 말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양형의 적절성 논란


검사는 피고인에게 7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고령이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 감형 사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피해자의 치매를 알면서도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 과정 내내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끝까지 ‘연인 관계’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습니다. 이는 고령이라는 사정이 범죄의 책임을 덜어주는 면죄부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피해자의 짓밟힌 인권보다 가해자의 노후를 더 배려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 다시 묻는 법의 역할


이 사건은 단순히 한 노인의 범죄 행위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기억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피해자 앞에서 ‘연인 관계’라는 주장이 방패처럼 사용될 수 있는 현실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치매와 고령은 범죄의 책임을 가볍게 만드는 사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취약한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죄라면 그 책임은 더욱 엄중하게 평가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