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또 다시 드러난 위험의 외주화 - 위험을 설계한 쪽의 책임은? 26.09.09

울산 화력발전소 구조물 붕괴 안타까운 사고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의 개요


11월 6일 울산의 한 화력발전소에서 노후 보일러 타워를 해체하던 중 구조물이 갑자기 꺾이듯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안팎에서 작업하던 9명 가운데 5명만 먼저 구조됐고, 그중 3명은 끝내 숨졌습니다. 남은 4명 중 2명은 잔해 속 위치는 확인됐지만 생존 가능성이 낮게 보고 있고, 나머지 2명은 아직 정확한 위치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구조물보다 사람이 먼저 들어간 공정


이번 공정의 핵심은 “발파로 쓰러뜨리기 쉽게 만들기 위해 미리 기둥과 보를 잘라 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게 취약하게 만든 순간부터는 사람의 체류 시간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계획이 바뀌어야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직 설비가 버티고 있다’는 걸 전제로 사람이 들어가 있었고, 그 사이 구조물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무너진건데요, 이 말은 곧, 공법 그 자체보다 ‘언제 사람을 빼야 했냐’가 쟁점이 된다는 뜻입니다. 

해체계획서에는 그 시점이 쓰여 있었는지, 현장관계자는 알고 있었는지, 빠른 공사를 위해 더 앞당겨 사람을 넣은 건 아닌지가 앞으로 조사에서 밝혀지겠지요.


일정이 안전을 추월한 현장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이 해체는 애초 계획보다 늦어져 있었다는 정황이 있습니다. 공사가 늦어지면 현장은 대체 여러 동을 한꺼번에 취약화해서 ‘한 번에’ 치우려고 하거나, 안전하게 버팀 작업을 하는 시간을 줄입니다.

이번엔 두 가지가 동시에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5호기만 그런 게 아니라 양옆 4·6호기도 비슷한 상태였으니까요. 이건 단순 부주의라기보다는 “이 일정 안에 이 설비를 비워야 된다”는 요구가 위에서 내려왔고, 그 요구가 안전공정을 침식했다고 읽히는 대목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현장 작업자 개인에게 책임이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경영 단계에서 다했느냐를 함께 조사해 봐야됩니다.


왜 이번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언급되나


사람이 여러 명 숨졌고, 그게 현장에서 진행된 해체공정과 곧바로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법은 공법을 선택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평가했는지,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버팀, 순차 해체, 출입 제한)을 마련했는지, 실제로 그것을 현장에서 지키도록 관리·감독을 했는지를 전부 조사한 후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원청, 발전소 운영 주체, 실제 작업을 맡은 업체가 모두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것입니다.

특히 이번처럼 “위험한 공정에 하청 인력이 들어가 있었다”는 사정은 흔한 레파토리이지요.


또 다시 드러난 '위험의 외주화'


벌써 희생자 대다수가 하청·비정규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위험한 공법을 설계하는 사람은 원청이고, 그 공법을 몸으로 실행하는 사람은 하청입니다. 

공법을 바꿀 권한이 없는 사람이 위험한 자리에 들어가 있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2018년 발전소 협력업체 사망사고 이후 2025년에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었다고 봐도 무방해보입니다.

“제도가 없다”는 변명대신, “그 제도를 적용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처벌할 거냐”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딘 구조에 유가족은 '절규'


이번 현장은 애초에 남아 있는 설비 자체가 불안정해서, 매몰자 수색이 바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초반에 생존 반응이 있던 분이 구조가 지연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무척 견디기 힘들겁니다.

설비가 위험해서 구조를 늦춘 게 불가피했는지, 아니면 사고 전에 위험 설비를 정리해 놓지 않은 관리 소홀의 연장선인지가 갈리는 순간 이 대목 또한 문제가 될 수 있겠죠.


마무리하며


결국 이번 사고는 “위험을 설계해 둔 쪽이 책임을 다했느냐”로 정리됩니다. 

설비는 공공이 관리하고 공정도 공기업이 짰는데, 막상 위험한 순간에는 하청 노동자만이 현장에 남아있었지요. 

이렇게 책임과 작업이 분리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사고가 나면 뒤늦게 ‘재발 방지’만 발표하는 건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공정은 발주처가 예산과 인력을 직접 붙여서 안전을 통제하도록 법으로 묶고, 그 체계를 느슨하게 운용한 경영진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위에서부터 물어야 될 것입니다

"다시는 없게 하겠다"는 말보다 중요한건, 그 말을 가능하게 할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