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SK오션플랜트 매각 논란, 단순한 ‘지분 거래’가 아니다 26.09.09

해상풍력 '1조 투자' 약속 뒤에 갑자기 찾아온 매각 소식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인 SK오션플랜트 지분을 사모펀드 컨소시엄(디오션자산운용)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고성·경남 지역사회가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SK오션플랜트는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 일반산단에 1조 원이 넘는 투자와 3,600명 고용 계획을 전제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은 경남 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바 있죠.

하지만 이제 막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기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에서는 “약속을 믿고 터전을 내준 주민들만 바보가 된 것 아니냐”는 분노와 허탈감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민과의 '신뢰'의 문제


최근 경상남도와 고성군은 SK·디오션자산운용 컨소시엄과 4자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애초 약속했던 투자·고용 계획을 그대로 이행하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1조 원 투자와 3,600명 고용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상황입니다.

쟁점은 단순히 “누가 주식을 갖느냐”가 아닌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위해 수천억대 공공 인프라 예산이 투입되고, 주민들이 토지를 내놓고, 환경·교통·생활상의 불편을 감수해온 과정 전체에 ‘SK’라는 이름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대기업의 투자 약속과 공공정책이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라는 점인거죠.

 

​SK가 말하는 사정과, 지역이 느끼는 온도 차


모기업인SK에코플랜트의 부채가 약 12조 원 수준에 달해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비핵심 자산 혹은 자회사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SK측의 입장인데요.

매각 이후에도 1,000억 원을 재투자하고, 일정 지분을 유지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완전한 철수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비난받을 일만은 아닙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환경 변화, 사업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매각·합작 등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경영 행위겠죠.

그러나 문제는 ‘시점’과 ‘대상’ 그리고 ‘방식’입니다. 아직 기회발전특구 투자와 고용 약속이 본격 이행되기도 전에, 공적 지원과 지역의 양보를 통해 어렵게 만들어낸 산업 생태계를 단기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사모펀드에 넘겨버리는 것은 지역사회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실정이겠죠.

 

오션플랜트 이후, 지역이 다시 써야 할 '미래 계약'


SK오션플랜트는 현재 고성군에서 약 2,000여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지역 최대 사업장입니다. 여기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이라는 산업적 위상까지 더하면, SK오션플랜트의 미래는 곧 고성군의 인구 구조와 청년 일자리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회사의 매각 여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어떻게 제도와 계약, 정책 설계 속에 반영될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되묻는, 보다 중요한 문제로 생각해야겠지요.

경남과 고성이 어떤 선택을 하고, 중앙정부와 국회가 어떤 제도적 대응을 내놓을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번사건이 그저 하나의 지역 갈등 사례로 소모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시간과 목소리가 보다 분명하게 정책과 법, 그리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새겨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