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퇴사 과정에서 유출된 선박부품 도면, 창원지법 실형선고 26.09.09

최근 창원지법에서는 퇴사 과정에서 선박부품 도면 파일과 도면 수백 개를 외부로 빼내고, 이를 토대로 동종 부품을 제작·판매한 사안에서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반출된 도면은 이후 제작사에 전달돼 제품 생산에 활용됐고, 제품에 문제가 생기자 공범에게 다시 도면을 제공해 핵심 기술을 사용한 부품을 만들게 한 뒤 수십억 원대 판매로 이어졌다고 하죠.


도면 반출은 '실제 사용'으로 이루어졌는가


반출된 도면을 제작사에 넘겨 생산을 의뢰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도면을 다시 제공해 동일 성능의 부품을 구현하도록 돕는 행위는 전형적인 “사용” 또는 “제3자 제공” 양태로 평가될 소지가 큽니다. 이 사건에서도 실제로 도면을 기반으로 한 생산·판매(판매액 약 11억 8천만 원대)가 양형 사유로 언급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영업비밀의 시장가치가 상당하고 현재까지 피해가 복구되지 않았으며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중요한 양형 요소로 들고 있습니다. 단순한 파일 반출이나 정보 취득 차원을 넘어 영업비밀이 실제 상업적 이익으로 연결되고 그 피해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 형사 책임이 더 무겁게 평가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 판결입니다.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숙제, '피해 배상'의 현실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점은 실형이라는 엄중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피해 기업이 입은 수억 원대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배상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영업비밀 유출 사건에서 피해액을 산정하는 기준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유출된 도면이 실제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그로 인해 침해자가 얻은 이익이 얼마인지 그리고 피해 기업의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하나하나 법적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돼도 피해 기업이 실제로 손해를 보상받으려면 별도의 민사 소송을 또 진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직의 자유'와 '영업비밀 보호'의 경계선


퇴사와 이직 자체는 누구에게나 허용된 자유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이전 회사의 기술과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번 판결은 “퇴사 후 비슷한 업종에 종사한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출된 자료가 실제로 제품 생산에 활용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졌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술은 '말'이 아니라 '관리'로 보호됩니다.


기업에는, 기술이 곧 자산이기에 관리의 일상화가 필요합니다. 기술이 귀하다고 말하면서도 권한·출력·반출에 관한 관리가 허술하면 이는 곧 분쟁의 트리거가 되기 쉽죠. 건전한 기업간의 경쟁 생태계는 ‘자유로운 이직’과 ‘기술의 보호’가 불편하게 공존할 때 굴러간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환기시키는 사건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