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쿠팡 물류센터 야간조 노동자가 잇따라 숨졌습니다.
경기도 화성 동탄1센터에서 야간에 일하던 30대 계약직 노동자가 근무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고, 닷새 뒤 광주 물류센터에서도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야간 근무를 하던 50대 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져 숨졌습니다.
“또 한 번의 돌발 사고”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자주, 너무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죠.
건설현장보다 높은 '쿠팡 산재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쿠팡 본사와 물류·배송 자회사를 모두 합친 최근 4년 평균 산업재해율은 약 5.9%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 평균 재해율 0.65%의 약 9배, 전통적으로 위험하다고 알려진 건설업(1%대)이나 조선업(2%대)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쿠팡 물류센터와 새벽배송 시스템에 관한 업무들이 사실상 “고위험 업무”라는 사실은 이미 통계로 드러난 셈입니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지병 때문"이라는 말
화성 동탄1센터에서 숨진 30대 노동자에 대해, 쿠팡은 “지병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부검 1차 소견에서도 심장질환 가능성이 언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야간근무, 교대근무, 장시간 노동은 뇌·심혈관 질환의 발병과 악화를 크게 높이는 요인입니다. 기존 지병이 있었다고 해도, 업무로 인한 과로와 수면 박탈이 ‘방아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단순히 지워버릴 수는 없습니다.
법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기존 질환이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라면, 단지 ‘지병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산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책임의 주체는 누구인가
쿠팡 사고가 보도될 때마다 “새벽배송을 너무 당연하게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문제 삼는 시선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소비자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산재 사망의 직접적인 책임은 무엇보다도 노동강도와 근무 형태를 설계·운영하는 기업, 그리고 위험 구조를 충분히 규제·감독하지 못한 기관들에게 있습니다. 실제로 한 청년 노동자의 과로사가 산재로 인정됐음에도, 기업에 대해 뚜렷한 법적 제재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편리함, 그 이면에는
우리 집 문 앞에 아침마다 놓이는 상자는 누군가의 희생과 과로를 담보로 만들어진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편리함을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 죄책감에만 빠져 있을 필요는 없겠죠.
다만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편리함을 누리는 사회라면, 그 편리함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에도 같은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