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산재와의 전쟁" 이후, 높아진 기대감과 결과 26.09.09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죠. 이에따라 사람들의 높아진 관심도와 기대감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2025년 11월 25일 발표한 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9월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457명(440건)으로 전년 동기 443명 대비 14명 증가했습니다.

재해 조사 대상이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숨진 노동자라는 점에서 ‘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이 아직도 현장에 남아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가장 어두운 사각지대,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이번 통계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증가의 원인이 작은 현장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기타 업종 증가의 배경으로 사업장 규모가 영세하고 안전관리 수준이 열악한 도·소매업(20명, +11), 농림어업(19명, +10) 등을 지목했습니다. 행정의 눈길이 닿기 어렵고, 안전관리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위험한 사각지대가 자명하게 드러난셈입니다.

지게차·트럭과의 충돌, 벌목·임산물 채취 중 추락 같은 사고 유형은, 거창한 신기술이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와 현장 통제만으로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게만 다가옵니다.


작은 현장에 몰린 위험, 그 원인은 무엇일까


논의는 자연스럽게 “왜 하필 5인 미만 사업장인가”로 향합니다.

소규모 사업장은 대체로 안전관리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렵습니다. 작업 표준과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 자체가 비용이고, 이는 곧 사업장의 운영 및 존속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단기 고용, 일용직 비중, 현장 내 권력관계가 겹치면 안전은 ‘규정’이 아니라 ‘위계와 눈치’의 문제로 전락해버리기 쉽습니다. 권리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명하겠죠.


처벌과 지원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가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필요합니다. 산재를 ‘기업의 비용 절감 결과’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영세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처벌의 언어만으로는 안전이 완성되기는 어렵습니다.

안전관리자를 둘 수 없는 현장, 안전 설비에 대한 비용부담, 단기간에 끝내야 된다는 공정 압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작은 현장은 늘 같은 방식으로 흔들리겠죠.


숫자를 줄이는 방법은 결국 '현장에 닿는 변화'


작은 사업장이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소규모 업종별 안전 매뉴얼 보급, 안전 장비·교육에 대한 현장 지원, 위험 공정에 대한 집중 점검의 상시화, 신고가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 보호 장치등 규정강화와 더불어 영세 현장이 ‘안전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구호는 시작일뿐

‘산재와의 전쟁’이라는 말은 강한 구호입니다. 하지만 전쟁의 승패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통계를 토대로 한 규정의 보완, 실질적인 지원 그리고 그에따른 변화로 결정됩니다.

숭고한 노동의 가치가 희생으로 끝내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번 통계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현실적이고도 절박한 문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