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손해배상 금전지급 회피, 형사처벌 문제까지 26.09.09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문제는 판결 이후, 채무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산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한 사건에서는 채무자가 채권자인 교통사고 유족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차명 계좌로 은닉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선택이, 오히려 더 무거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민사'에서 '형사'로


손해배상금에 관한 채무는 민사상에서는 채무불이행 문제에서 그치지만, 이는 판결이 있기 전 단계의 권리에 관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손해배상채권이 확정되면, 채권자가 압류·추심·강제집행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재산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행위는 강제면탈죄가 성립하여 형사처벌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강제집행면탈죄 성립 요건은


강제집행면탈죄는 단순히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강제집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채무자가 이를 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경우 성립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건에서 채무자가 유족에게 손해배상금 지급에 관한 판결이 확정되었고, 이에 따라 유족은 강제집행을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는 재산을 배우자 명의의 차명 계좌를 활용해 장기간 은닉해 왔습니다. 그 결과 채권자는 채무자 명의의 재산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강제집행 역시 사실상 곤란해졌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강제집행면탈죄가 문제될 여지가 있겠죠.


강제면탈죄, 공소시효는?


강제면탈죄의 공소시효는 위법행위가 끝난날로부터 5년입니다.

위 사건은 채무자가 손해배상액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30년간 배우자의 명의의 차명 계좌로 은닉하여 강제면탈죄가 성립되었습니다. 경찰에서는 5년의 공소시효가 지나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여 계좌 추적과 세무서 사실조회 등을 통해 최근까지도 범행이 이어져온 것을 확인하여 형사처벌에 관한 절차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버티면 끝난다는 생각의 함정


손해배상 판결 이후에도 재산을 숨기면 결국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입니다. 판결 이후 재산을 은닉하거나 그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순간 민사사건으로 그칠 수 있었던 문제는 형사책임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겠죠. 위 사건처럼 장기간에 걸쳐 재산 은닉이 이어진 경우 경솔한 판단이 책임을 무겁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