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박으로 잃은 6억,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둔갑해 신고한 20대 실형 26.09.09

경남 창원에서 인터넷 도박으로 6억 원이 넘는 돈을 잃은 20대가, 이를 되찾겠다며 자신을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것처럼 꾸며 경찰과 금융기관을 속였다가 결국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은 세 차례에 걸쳐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약 6억2천만 원을 송금해 대부분을 탕진하자 이 돈이 불법 도박 자금이 아니라 전화금융사기·투자사기 피해금인 것처럼 꾸며, 경찰서에 여러차례 허위 신고를 했는데요, 사건을 접수 후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은행에 제출해 도박 사이트 명의 계좌를 지급정지시켰습니다. 이후 계좌를 풀어주겠다는 조건으로 사이트 관리자에게 돈을 요구해 약 1억4천만 원을 돌려받았지만, 그 돈마저 다시 도박에 사용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죄명과 처벌은?


법원은 A씨의 행위를 위계공무집행방해죄로 보고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위계’란 거짓말이나 허위 자료 제출 등으로 공무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모든 속임수를 말하는데,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 절차와 서류를 악용해 경찰과 금융기관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을 왜곡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한데에는 허위 신고를 여러차례 반복한 점, 실제 계좌를 정지시키고 관리자를 사실상 압박해 거액을 돌려받은 점, 그 돈까지 다시 도박에 사용한 정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제도


여기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 제도는 왜 존재할까요. 이 제도는 범죄 조직이 빼앗아 간 돈을 신속하게 묶어 두고, 진짜 피해자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신고를 받고,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하고, 금융기관이 계좌를 정지하는 절차 하나하나에는 행정력과 신뢰가 소모됩니다. 이 장치를 악용해 사적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정작 피해를 본 시민이 제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도박으로 잃은 돈은 '불법투자 실패'이지, 형사상 피해금이 아니다.


이를 억지로 피해금으로 포장해 제도를 이용하려는 순간,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됩니다. ‘어차피 도박 사이트도 불법아니냐’는 식의 생각은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불법과 불법이 서로를 정당화해 주는 일은 없습니다.

경남·창원 지역에서는 보이스피싱 조직, 계좌 공장, 불법 도박장이 뒤엉킨 사건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피해자와 가담자, 그리고 오늘 사건처럼 허위 신고인까지 모두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서고 있습니다. 피해 회복에 대한 간절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을 속이는 행위는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한 지름길이, 스스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판결인 것 같습니다.